그저 재롱잔치에 불과할 것이다라는 짐작과 달리 경기 영상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미래의 스타들은 체계적인 움직임과 단단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청소년보다 어린이에 가까운 나이대에 주짓수를 배우는 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겐 모든 종류의 투기를 가르치는 것은 “안전”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압이라는 목표를 강조하는 주짓수를 아동들이 배운 뒤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은 일선 유도장에서 “중학생이상”, “고등학생이상”과 같은 자체 내규를 정해놓고 꺾기와 조르기를 봉인시키거나 IBJJF에서 블루벨트 자격조건으로 연령제한(만16세)을 설정한 것 또한 이와같은 맥락일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요구되는데 미성년자는 책임과는 거리가 먼 나이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주짓수 수련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에서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면 수련과정 가운데 상당부분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금지기술이 늘어나거나 서브미션을 생략한 약식 겨루기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본다면 위험할 수 있는 스파링보다 기초체력 운동이나 기술반복 훈련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이렇게 어린이용으로 조정된 수련체계를 과연 주짓수라 부를 수 있을까? 호신과 제압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지면서 주짓수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으며 그것은 주짓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반쪽짜리 기술체계가 될 것이다. 이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 ‘역시 주짓수 수련은 미성년자에겐 부적합하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IBJJF에서 개최하는 팬키즈 속의 꿈나무들은 야무지게, 아주 제대로 주짓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동의 주짓수 수련에 대해 터부시했던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일 수 있다. 다소 놀라운 마음으로 대체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지도하고 있을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지도자로서 쌓아야할 스킬일 것이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주짓수 보급대상을 여성, 노약자, 유소년등으로 넓혀나가고 거기에 맞춘 신선한 커리큘럼들을 개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에 주짓수가 처음 소개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마치 영화 거칠마루 시나리오를 연상시켰던 태동기를 함께했던 지도자들 가운데는 자기 도장조차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플링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킥복싱 체육관에 세들거나 합기도장안에서 시간을 쪼개 심야에만 성인반을 운영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이토록 고달팠던 시기를 거쳐 종합격투기 붐과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흥기를 지났으니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장깨기니 실전이니 하는 말이 오고가는 별난사람들만 배우는 무술이 아닌 사회체육으로 깊숙히 뿌리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언제까지 한정된 수련인구를 놓고 늘어나는 도장들끼리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여야 하겠는가. 이제 어린이와 여성으로까지 주짓수 수련인구를 확대시켜 나가도록 노력 해야한다. 초등학생들이 방과후에 주짓수 도장으로 몰려다니는 미래를 그려보며 어린이를 위한 주짓수 도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생각해보자.

1.안전지향

미성년자들을 수련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최우선시 되어야할 항목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격투기라는 대중들의 인식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지도자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체력단련-기술훈련-겨루기(롤링, 스파링)” 으로 이루어진 성인을 위한 수련체계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겨루기의 빈도수를 줄이고 모든 상황을 지도자가 직접 관리 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인반에서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 다발적으로 겨루기를 하는 게 아니라 체급과 수련기간에 따라 지도자가 선정한 한명 한명이 나와 감독하에 모든 겨루기를 실시해야 한다. 하체관절기는 전면 금지시키고 서브미션 캐치가 나오면 바로 그쳐 선언으로 둘을 떼어 놓아야하고 팬키즈의 한 심판이 했던 말처럼 되어야 합니다.

“아동부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만 합니다. 간혹 레프리 스탑이 빠르다며 우리 애는 유연성이 좋아요, 아직 기술이 안들어갔어요 라고 항의하는 부모들도 있는데 다 필요없어요. 주짓수 기술을 보려는 거지 당신 아이 유연성 테스트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2.재미지향

가장 어렵고 여러가지 논의가 필요한 항목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아동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지속적으로 수련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부모들은 가시적인 성취를 원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개근하며 차례차례 유색띠로 올려보내주는 국기원 태권도가 가진 경쟁력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아이들에겐 막상 크게 바뀐바가 없어도 다달이 변해가는 띠의 색깔을 보며 부모는 일종의 자기만족을 는데 이 지점에서 블루벨트까지 2,3년을 요구하는 주짓수는 부모와 아동들에게 매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태권도장에서 서너달이면 나오는게 파란띠인데 2,3년을 요구한다니 게다가 16세 이전에는 그마저 받을 수 조차 없다는건 결국 미국 그레이시 바하와 같이 노란띠, 녹색띠 같은 유소년 전용 승급체계를 만들고 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곧바로 블루벨트로 승급시켜도 부끄러움 없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가르치는 것으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성인들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거나 방대한 기술체계를 섭렵하는 데서 주짓수의 재미를 느끼지만 성인과 여러모로 다른 아동들에게 이를 요구하기란 어렵다. 아동들에게 무턱대고 하드워크(Hard Work)를 주문하는 건 올림픽 메달색깔에 혈안 되었던 80년대 엘리트 체육에서나 가능했을 일이다. 그렇다고 아동들의 눈높이만 생각했다간 주짓수 도장은 ‘매일같이 매트 위에서 공놀이만 하는 방과 후 탁아소’ 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아동들을 위한 주짓수 수련은 설탕코팅을 입힌 알약이 되어야 한다. 하드워크의 쓴맛을 놀이라는 달콤함으로 감추고 즐길 수 있게 준다면 설탕옷을 입은 알약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다시 남게 될 것이다.

3.맨몸-상대 운동 지향

상대적으로 체중이 가벼운 이들은 체중대비 근력인 ‘상대스트렝스’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중량부하를 설정하는 ‘맨몸운동’ 에서 유리해진다.
아동들의 주짓수 수련에선 바로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노동이나 운동이 아닌 유희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짜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유리한 맨몸운동과 상대적 스트렝스 운동을 중심으로 유희의 탈을 쓴 드릴(Drill : 반복훈련)들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놀이가 되면 무엇이든지 재밌다. 그 놀이안에 바로 필드스포츠로 전이될 수 있는 스트렝스와 기술을 기를 수 있는 약을 숨겨 놓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 주짓수 지도자들의 미래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