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룰을 적용하는 경기에서 그라운드 기술은 점차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주짓수는 남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MMA의 가장 대표적인 경기라고 할 수 있는 UFC의 경우, 주짓수를 연습하지 않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최근 월드 주짓수 챔피언십 우승자 출신인 파브리시오 베우둠이 UFC 헤비급 챔피언을 석권하면서 주짓수는 그 위상을 증명했다. 실전에 효과적이고 MMA로 워낙 유명해진 탓인지 한국에서도 이제는 주짓수 도장을 길을 가다가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성인을 기준으로 주짓수는 ’흰색 – 파란색 – 보라색 – 갈색 – 검은색 – 붉은/검은색 – 붉은/흰색 – 붉은색’ 순으로 승급한다. 주짓수 내에서도 여러 유파가 있어 주짓수 시작 2년 만에 블랙 벨트를 취득했다라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현재 IBJJF(국제 브라질 주짓수 연맹)의 기준에 따르면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그런 허풍을 떠는 이가 있다면 사짜일 가능성이 높으니 자격증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만약 어제 본 MMA 경기 때문에 주짓수 도장에 다니고 싶어졌다면 적어도 이런 기본적인 등급 체계에 대한 사항들을 숙지하고 가두는 게 좋다. 적어도 학원에 가서 벨트 색상을 보고 누가 더 센 사람인지 파악해 둘 필요는 있을 테니까.
흰색 벨트 – White Belt
흰색 벨트는 주짓수를 입문할 때 가장 처음 매는 벨트로 아직 주짓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신은 가자마자 흰색 벨트를 매게 되는데 태권도 등급도 가장 처음 매는 벨트가 흰색인지라 ’흰색=초보자’란 게 당연스레 느껴진다. 이는 주짓수가 유도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흰때를 매는 건 점차 강한 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라서다. 이 시기엔 보통 공격적인 움직임과 기본적인 서브미션(MMA에서 상대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관절을 꺾거나 조르는 것) 동작들을 배우게 된다.
파란색 벨트 – Blue Belt
주짓수의 두 번째 등급 색상은 파란색이다. 보통 운동이란 게 시작하고 몇달 만에 ’못하겠다’싶어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파란색은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등급이다. IBJJF(국제 브라질 주짓수 연맹)에서는 최소 2년간 수련해야 파란색 벨트를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란색 벨트로 승급하게 되면 좀 더 폭넓은 기술적 지식과 오랜 시간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여기서는 등급을 성인 기준으로 소개하고 있기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는 등급이 따로 존재한다. 당연히 벨트 색상 또한 다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16세 미만은 파란색 벨트로 가기 전 ’회색 – 노란색 – 주황색 – 초록색’ 등급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같은 등급(같은 색상의 벨트)라고 하더라도 수련 정도에 따라 ’흰색 줄 – 줄 없음 – 검은색 줄’을 넣어 3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파란색 벨트는 16세 이상이 되어야만 취득할 수 있어 16세 미만에서는 아무리 오래 수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초록색 벨트 위로는 올라갈 수가 없다. 성인의 경우에도 같은 등급(같은 색상의 벨트)이라 하더라도 파란색 벨트부터 갈색 벨트까지는 4개의 줄무늬로 급수(Degrees)를 표시하고 있다.
보라색 벨트 – Purple belt
보라색 다음의 등급인 갈색과 검은색은 취득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보라색 벨트까지만 승급해도 숙련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짓수는 관절기 중심이라 힘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해서 타 격투기에 비해 체격 차로 인한 영향을 덜 받는데, 보라색 벨트의 여성 정도면 일반 남성이 상대해서 이기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주짓수 학원에 가봐도 보라색 벨트를 가진 사범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IBJJF는 최소 16세 이상의 나이가 필요하며 파란색 벨트에서 최소 2년을 수련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빨리 승급하려면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면 된다.
갈색 벨트 – Brown Belt
궁극의 검은색 벨트로 가기 전 등급으로 그동안 배웠던 주짓수 기술들의 테크니컬한 부분까지 능수능란하게 보여줄 수 있는 등급이다. IBJJF에서는 갈색 벨트로 승급하려면 18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18세 미만에서는 보라색 벨트가 가장 최상위 등급이 되겠다.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제한을 두는 이유는 주짓수는 기술을 더 습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배웠던 기술을 어떻게 자기 것화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기다림의 과정 속에 정신적인 수련 또한 당연히 포함되어 있겠고.
검은색 벨트 – Black Belt
동양권 무술이 으레 그러하듯 검은색 벨트가 가지는 위상은 남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보라색 벨트만 되도 사범을 할 수 있지만 유파의 이름을 걸고 얘기할 때는 검은색 벨트를 보유한 자가 지도 능력을 갖춘다고 봐야할 것이다. IBJJF에서는 적어도 19살 이상에 갈색 벨트로 1년간 수련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보통 입문하여 검은색 벨트에 이르기까지는 성인 기준으로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검은색 벨트는 다시 6개의 줄무늬로 급수를 나누고 있고, 모든 등급이 그렇지만 IBJJF에 가면 각 급수마다 따로 랭킹이 구분되어있다. 참고로 대한민국 내 검은색 벨트 보유자는 올해 50명을 넘겼다.
붉은/검은색 벨트, 붉은/흰색 벨트 –
Red/Black Belt, Red/White Belt
취업했다고 삶이 안정적인 게 아니고 게임에서 만렙을 찍었다고 끝나는게 아니 듯, 주짓수도 검은색 벨트를 맸다고 최고에 오른 게 아니다. 수련자 입장에서 검은색 벨트는 최고의 영예일 지 모르지만 주짓수 장인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벨트들을 노려야 한다. 검은색 벨트의 6개 등급을 모두 승급하면, 보통 코랄 벨트라고 부르는 붉은/검은 벨트를 두르게 된다. IBJJF는 붉은/검은 벨트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31년간의 수련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어, 실력이 출중하여 19세에 검은 벨트를 맸다고 하더라도 붉은/검은 벨트를 매려면 50세가 되어야 한다.(최소 연령이 50세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 코랄 벨트는 다시 7개의 단수(Grade)로 나뉘고, 7년 이상을 수행해야 붉은/흰색 벨트를 받을 수 있다.
붉은색 벨트 – Red Belt
주짓수 계의 권위있는 선수 렌조와 호일러 그레이스는 이 붉은색 벨트를 두고 ’무도의 영향력과 명성을 가져다주는 예술적 정수’라고 표현한 바 있다. 붉은색 벨트는 주짓수 최고 등급으로 붉은/흰색 벨트의 8개 단수와 10년 이상의 수련을 거치고 나면 붉은색 벨트를 두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주짓수에 재능을 보여 19세에 검은 벨트를 따고 모두 최연소로 승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67세가 되어야 붉은 벨트를 맬 수 있다는 얘기. 참고로 이 붉은색 벨트에 대해 그린 <레드벨트>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릇 붉은색 벨트란 무술의 능력보다 무도의 정신이 더 중요하다라는 점이다.